7월 15일 시행일에 출범 불발
민주당, 의결 정족수 축소 추진
국민의힘 ‘독소조항 삭제’ 맞불
검찰·대법원, 협조 의무화 난색
경찰, 일부 조항 수정 필요 입장
헌법소원 심리는 계속 늦춰져

여야 공수처 충돌 Q&A

지난 14일 이낙연 대표(왼쪽 둘째)가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주 사무실을 방문해 남기명 공수처 설립 준비단장(오른쪽)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4일 이낙연 대표(왼쪽 둘째)가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주 사무실을 방문해 남기명 공수처 설립 준비단장(오른쪽)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라임·옵티머스 사건 의혹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라임 사태의 핵심 인사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1, 2차 옥중서신과 관련해 “이 사건은 정부 여당의 비리 게이트가 아닌 검찰 게이트”라며 “즉각 공수처를 출범시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행 공수처법대로라면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대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 뻔하다”며 “독소조항이 담긴 공수처법을 개정하고 특검수사로 가야 한다”고 맞서는 상태다.파워사다리

민주당은 공수처법이 시행된 7월 15일부터 100일인 10월 26일까지 야당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을 선정해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전체 7명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중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해선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위원 2명 추천을 완료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위원회 출범이 막힌 상태다. 26일까지 후보 추천이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또 한 번의 큰 갈등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찰, 검찰, 대법원이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서 설령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실제 공수처 활동까지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중앙SUNDAY는 공수처법 관련 논란이 되는 지점, 향후 공수처 출범 절차 등을 정리했다.

민주당, 26일까지 야당 후보 위원 추천 압박

Q : 공수처 출범일은 지난 7월 15일이었다는데, 이 날짜는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
A :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정부는 올해 1월 14일 공수처법을 공포했다. 공수처법 부칙엔 "공포 후 6개월이 지난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어 7월 15일이 공수처법 시행일이었다. 민주당은 법률 시행일 이전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법 시행일에 맞춰 공수처를 출범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현행 공수처법 독소조항 등을 이유로 법 시행 자체를 반대해 왔고, 지난 2월엔 헌법 소원까지 제기해 여당의 계획은 1차 무산됐다. 정부는 정부 과천청사 5층에 공수처설립준비단 사무실을 마련해 놓았다. 준비단 단장에는 남기명 전 법제처장이 임명됐고 12명의 준비단원이 파견됐다. 민주당은 법 시행일로부터 100일이 지난 26일 이후 자신들이 발의한 개정안 심사를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Q : 공수처가 출범도 하기 전인데 공수처법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내용은 뭔가?
A :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구성(기존 여당 2명, 야당 2명)을 ‘국회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 선정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더불어민주당 측이 단독 과반의 힘으로 이를 돌파하기 위해 개정안을 낸 것이다. 민주당은 26일까지 기다렸다가 통보가 오지 않으면 개정안 심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추천위원 의결정족수를 현행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 이상’(5명)으로 낮추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과반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공무원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되면 공수처에 고발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과, 공수처장의 수사협조에 관계 기관장이 따라야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추가됐다. 개정안에는 공수처 수사관을 기존 40명에서 50명~7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공수처 수사 검사의 자격 완화 부분도 담고 있다. 기존에는 ‘10년 이상 변호사 자격’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임기·연임 조항도 ‘3년·3회 연임 가능’에서 ‘7년·연임 제한 없음’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Q : 국민의 힘도 최근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고 맞서고 있는데 내용은 뭔가?
A : 유상범 의원이 최근 여당에 맞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마디로 "독소조항을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우선 공수처 수사대상에서 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를 제외하고 부패범죄로만 한정했다. 직무 관련이라는 것이 자칫 자의적인 법 적용 여지가 있고, 이를 빌미로 편향적 공직자 사찰기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 삭제도 개정안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이다. 유 의원 등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 검사는 헌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기소권 부여는 헌법 원리에 반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검찰개혁 방향에도 모순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에는 범죄수사 강제 이첩권과 재정신청권(공수처가 기소 의뢰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할 경우 그 결정이 적정했는지를 재판부에 물어보자는 것)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견제장치가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Q :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뭔가?
A : 공수처 출범에 불편한 속내를 가진 검찰은 여당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검은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에 추가된 죄명(증거인멸 등의 죄, 변호사법 위반죄 등)이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 개정안에서 신설된 ‘고발의무(공무원이나 감사원 등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알게 된 때에는 수사처에 고발을 의무화)’규정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장이 대검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수사협조 요청을 하는 경우 요청받은 기관의 장이 이에 꼭 응하도록 한 부분도 난색을 보이는 지점이다.FX마진거래

Q : 경찰은 여당의 개정안 일부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유는 뭔가?
A : 경찰은 개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하지만 일부 조항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당 개정안에는 수사관을 50명 이상 70명으로 늘리는 반면 이들을 검찰 수사관 정원에 포함하는 조항이 사라졌다. 경찰 측은 이 조항이 삭제될 경우 검찰 파견 수사관이 대거 유입돼 공수처가 검찰 측 인사로 장악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의 수사협조 요청이 있는 경우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등 수사기관의 장이 바로 응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삽입된 것과 관련해 경찰은 행정기관의 직무 재량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응하도록 하자는 수정 의견을 냈다. 또 공수처와 검찰 양쪽이 상대기관 소속 검사의 범죄에 대해 상호 수사하고 견제할 수 있게 규정한 조항에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추가하는 것은 법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현행 유지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개정안과 같이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추가할 경우 공수처장이 수사처 검사의 범죄혐의 발견 시 대검찰청 외에 경찰청에도 통보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재, 원칙대로라면 11월 중에 결정 전망

Q : 대법원도 여당의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데.
A :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공수처 수사관을 늘리는 개정안 내용과 관련해 "조직이 비대해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개정안에 신설된 공수처장이 직무를 수행할 때 검찰·경찰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할 경우, 요청받은 기관이 따르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는 "공수처가 대검,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장의 협조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이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등의 예외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Q : 공수처법 위헌 소송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A : 지난 2월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법이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초헌법적 기관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돼 있어 원칙대로라면 11월 중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헌재의 심리가 계속 늦춰지고 있어 언제 결정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측은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유력 대선주자 없는 野에 활력 기대.. 충청권-검사출신 의원 중심 ‘들썩’
김종인 “여러 측면.. 뭐라 얘기 못해”
주호영 “난 尹총장 영입 반대”.. 尹에 적폐수사 받은 옛 주류는 싸늘
野, 추미애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딱 부러지는 차기 대선 후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보수 야권이 일순간에 들썩이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총장에 대한 찬사와 견제가 엇갈렸고, 자질에 대한 우려도 쏟아져 나오는 등 윤 총장에 대한 복잡한 시선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동행복권파워볼

윤 총장은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국감 막바지에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재차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다”고 했던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때 답변과는 사뭇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우선 윤 총장 일가의 고향(충남 공주)인 충청권 의원 등은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총선에서 윤 총장을 대선 후보로 만들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감에서 보인 모습이 답답하고 지친 국민에게 새로운 영감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정치 전선에 뛰어든다면 충청권의 반응은 폭발적일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 국감은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면서 “백전불굴의 장군을 묶어놓고 애송이들이 모욕하고 온갖 공작을 동원하지만 결국은 ‘넘사벽’ 실력 차를 넘지 못했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야권에선 대선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10%가 넘는 주자가 없는 만큼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를 기록한 윤 총장의 영입은 필연적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수사로 사실상 ‘폐족’ 선고를 받았던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계와 당 지도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윤 총장의 인기는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반(反)문재인 진영의 반사이익인 만큼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라디오에서 윤 총장이 정계에 진출할 시 국민의힘의 영입 의사에 대해선 “정치도 대단히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해서 정치에서 성공한 분이 드물지 않냐”며 “저는 일관되게 ‘윤 총장을 우리 당이 영입해야 된다’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 플랫폼 하우스(How‘s)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퇴임 후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내가 뭐라고 얘기할 순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수 야권은 중도층을 결집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의 등장에 내심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윤 총장의 퇴임 및 정계 진출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은 라임자산운용 의혹과 윤 총장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 지휘를 하도록 돼 있는데 (검찰총장이) 아예 수사 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뒤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병든 가슴을 뛰게 해주신 총장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3일 일선 검사들이 수백개의 댓글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고 나섰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올린 글에 응원 댓글을 남기는 방식이다. 3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 학살 인사, 검경수사권조정으로 사기가 꺾였던 검찰 조직이 윤 총장의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작심 발언으로 결집하고 있다.

정 부장검사는 21일 “3일 만에 소위 ‘(윤석열)검찰총장이 (라임)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대단한 ‘궁예의 관심법’ 수준 감찰 능력에 놀랐다”며 추 장관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이날 오후 2시 기준 179개의 댓글이 달렸다.

검찰 중립에 대한 윤 총장의 소신 발언을 응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사람의 그릇의 크기는 고통과 핍박의 순간 가늠이 되는 것 같다”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총장의 소신을 응원한다 “검사의 독립성은 오로지 총장의 인격과 소신에 의해 좌우된다는 검찰청법의 규정 취지를 총장이 몸소 실천하고 있다” 며 응원했다.

친정부 검사들을 윤 총장과 비교해 비판하기도 했다. 검사들은 “직을 걸고 정치를 하는 검사가 있는 반면, 직을 걸고 법과 명예를 지키려는 검사들도 있다” “주인에게 꼬리를 살랑거리는 강아지보다 차라리 황금 들판을 외롭게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가 멋있다” 고 비교했다. 한 검사는 “처음 뵀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분”이라고 윤 총장을 평가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사람이 달라지니 평가가 달라진다”고 국감에서 윤 총장을 비판한 것과 차이가 있다.

국감 당일 박 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총장 지휘 배제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올린 사의 글에는 151개의 댓글이 달렸다. 검사들은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 쪽의 수사기록을 휴짓조각 취급하고, 수사검사를 범죄조직 취급하고 있다” “검찰이 정쟁의 수단이 됐다”며 댓글로 추 장관을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일선 검사들은 박 지검장의 사표 제출 직후, 추 장관이 “금명간 후임 인사를 하겠다”고 공표한 데 대해 분노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라임 사건의 피의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편지에 장관이 춤을 추는 상황에 압박을 느끼지 않은 지검장이 누가 있겠는가. 사표 제출 후 ‘금명간 후임 인사’ 운운한 것은 정권 입맛에 맞는 남부지검장을 앉히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이후 검찰의 분위기에 대해 재경지검의 검찰 간부는 “국감 이후 윤 총장에게 비판적이었던 평검사들마저 다 돌아섰다. 박 지검장의 사의 글이 검사들에게 더 불을 붙인 셈”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검사는 “근거 없는 검찰에 대한 비판으로 답답해하던 검사들이 국감에서 윤 총장의 결기를 보고 기운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탈시설 9개월차, 신체장애인 신정훈씨.. “장애인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신나리 기자]

▲ 신정훈씨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정훈씨는 시설을 ‘지옥’에 비유했다.
ⓒ 신나리

말다툼의 이유가 뭐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사소한 일이었다. 언성이 조금 높아졌나. 아무리 생각해도 큰 다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신정훈(54)씨는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형이 면회 온 1년에 한 번, 볕을 쬐고 바람을 쏘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방에 갇혔다. 무려 4년간이었다.

“교통사고 때문에 장애가 생겼는데, 그 사고 다음으로 악몽같은 순간이었어요. 내가 사지마비 상태라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잖아요. 그런 나를 그냥 방에 가둔 거예요. 지옥이었어요.”

21일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자신의 집에서 만난 정훈씨는 20년간 그가 머물렀던 시설을 ‘지옥’에 비유했다. 1993년 교통사고로 경추 4, 5번을 다친 후 그는 팔과 다리를 제 마음대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강직된 몸은 약을 먹어야만 풀 수 있었다. 마음과 몸이 따로 움직였다.

시설은 신체장애인인 그를 통제하려 들었다. 부원장과의 말다툼 이후, 정훈씨가 어렵사리 휠체어로 방문을 나가려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관리자가 뛰어와 그를 막았다. 어떤 관리자는 ‘(부원장 때문에) 어쩔수 없다’라면서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볕 쬐일 기회를 4년간 빼앗은 곳, 석암베데스다요양원(아래 석암 요양원)이었다.폭행, 감금… 장애인 가둬둔 시절

▲ 신정훈씨 지원주택 정훈씨 집에는 휠체어를 고려해 현관부터 문턱이 없다. 응급안전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 신나리
▲ 신정훈씨 활동 최근 신정훈씨는 서울시 공공근로를 통해 장애인 권익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 신나리

장애인을 가둬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시설에 있던 장애인에게 폭행,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의 신체적 학대를 해 문제가 된 곳도 많다.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어 외부와의 소통이 차단되고, 괴로워도 괴롭다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석암 요양원도 그중 한 곳이었다.

시설에서 인권착취를 당한 건 정훈씨 뿐만이 아니었다. 120여 명, 석암 요양원에 있던 이들은 폭력적인 상황에 매일매일 노출됐다. 결국 2009년 6월 4일, 8명의 장애인이 ‘우리도 사람이다’를 외쳤다.

이들은 석암 요양원에서 발생한 비리와 인권침해 사실을 알리며 마로니에 공원에서 ‘탈시설-자립생활’을 요구하는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의 초석을 만든 이들은 이후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렸다. 62일의 농성은 서울시의 정책을 이끌어냈다. 서울시는 2009년 6월 ▲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운영 ▲ 장애인 자립생활체험홈 운영 ▲ 장애인 자립생활가정 운영 ▲ 탈시설정착금 지원 등 탈시설 정책을 시행했다.

함께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갔다. 자유를 찾는다고도 했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도 했다. 정훈씨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어요. 휠체어와 내가 한몸인데, 문턱이 높은 일반 집에서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고요. 탈시설한 장애인들 집을 가봤는데, 거기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휠체어 때문에 아파트 화장실 문을 떼어놓은 곳도 있고… 아직 내가 지낼만 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립하지 않았어요.”

석암 요양원에 머물던 장애인들이 꾸준히 탈시설을 했을 때도, 정훈씨는 시설에 남았다. 재단이 바뀐 후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장이 오면, 시설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 원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3년마다 시설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석암 재단 시절보다는 나았다. 남은 삶은 시설에 적응하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장애인 지원주택’을 알게 됐다.

“못 미더웠죠. 이런 걸 왜? 내가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했어요. 20년간 시설에 있다보니 나가는 게 무서웠고, 잘 살 수 있을 자신이 없고요. 2009년 마로니에 8인이 투쟁할 당시 활동했던 활동가가 끈질기게 설득해준 덕분에 ‘그래, 나도 한번 자유롭게 살아보자’ 마음 먹을 수 있었죠.”

정훈씨는 2019년 12월, 20년 머물던 시설을 나왔다. 턱으로 전동 휠체어를 조정하며, 시설 문을 나섰다. 그때까지도 확신이 없었다. 처음 생긴 제도에 희생자가 되는 건지 수혜자가 되는 건지 미덥지 못했다. 장애인 지원주택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시에만 있는 정책으로 2019년 처음 시행됐다. 공공임대주택과 주거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장애인의 탈시설을 돕는 것으로, 시설에서 벗어나 독립생활을 하려는 장애인에게 집을 빌려주고 가사와 건강관리 등 일상생활도 지원하는 식이다.

정훈씨의 집은 현관과 욕실에는 문턱이 없고 안전손잡이와 음성인식 가스차단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집 구석구석이 그의 동선을 고려해 맞춰져 있다. 그가 입주한 2019년 68가구가 마련됐고 2022년까지 총 27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장애인 가운데 소득·재산 조사로 입주자가 선정되고, 보증금과 임대료·관리비는 입주자 부담이다. 입주자는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우리 집에는 문턱이 없어요. 그리고 화장실은 제 몸에 맞춤으로 리모델링 되어 있어요. 요즘에는 서울시에서 하는 공공일자리 권리옹호파트에서 일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기 권리에 대해 말하는 일이에요. 이게 사람같은 삶 아닙니까.”

탈시설 9개월차이자 지원주택에 거주한 지 9개월이 된 정훈씨는 “남은 삶이 지금처럼만 흘러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매일 자유롭게 먹고, 일하고, 종종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일상에 대한 만족인 셈이다. 그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땅끝마을부터 전국을 여행할 것”이라며 “요즘 매일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과 통화하며, 지원주택에 대해 설명한다”라고 말했다. 시설이 아닌 시설 밖의 삶이 있다는 걸, 그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요, 한 곳에 갇혀있으면 그곳이 전부인 줄 알아요. 내가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냥 두렵고 무서워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탈시설에 또 다른 삶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장애인이 시설 밖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최혜영 의원 “올해 탈시설 지원법안 대표발의”

▲ 전장연 탈시설   23일 금요일, 오후5시~오후8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11년 전, 마로니에 8인이 탈 시설을 외쳤던 곳에서 여전히 탈 시설을 호소한다.
ⓒ 전장연

정훈씨의 바람처럼 모든 장애인이 시설을 나서려면 필요한 게 있다. 탈시설을 명명한 법률이다. 현재 장애인의 ‘탈시설’을 명시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 자립생활의 지원에 관한 장애인복지법 제4장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시책을 강구할 의무만 규정하고 있다. 탈시설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는 매년 공모 방식으로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고, 동료상담, 활동지원 서비스 중개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 센터가 탈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나 예산 지원은 없다. 

이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시설이 명시된 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게 최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든 시설에 갇혀있으면 안 된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권리”라며 “정부에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말할 때, 탈시설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탈시설 지원법안을 준비중이며, 장애인 주거 뿐 아니라 활동지원까지 포함할 것”이라면서 “올해 안에 탈시설 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 역시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23일 금요일, 오후 5~8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11년 전, 마로니에 8인이 탈 시설을 외쳤던 곳에서 여전히 탈 시설을 호소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 등 10곳이 주관해 ‘장애인은 계속 갇혀 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가 일상화되며, 개인의 활동이 위축되는 시기에 갇혀 있는 장애인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다.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지인으로 친구로, 배제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삶을 꿈꾸고 싶다는 호소가 이날,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퍼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 후원 문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02-739-1420, 국민은행 009901-04-017158

탈시설 9개월차, 신체장애인 신정훈씨.. “장애인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신나리 기자]

▲ 신정훈씨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정훈씨는 시설을 ‘지옥’에 비유했다.
ⓒ 신나리

말다툼의 이유가 뭐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사소한 일이었다. 언성이 조금 높아졌나. 아무리 생각해도 큰 다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신정훈(54)씨는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형이 면회 온 1년에 한 번, 볕을 쬐고 바람을 쏘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방에 갇혔다. 무려 4년간이었다.

“교통사고 때문에 장애가 생겼는데, 그 사고 다음으로 악몽같은 순간이었어요. 내가 사지마비 상태라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잖아요. 그런 나를 그냥 방에 가둔 거예요. 지옥이었어요.”

21일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자신의 집에서 만난 정훈씨는 20년간 그가 머물렀던 시설을 ‘지옥’에 비유했다. 1993년 교통사고로 경추 4, 5번을 다친 후 그는 팔과 다리를 제 마음대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강직된 몸은 약을 먹어야만 풀 수 있었다. 마음과 몸이 따로 움직였다.

시설은 신체장애인인 그를 통제하려 들었다. 부원장과의 말다툼 이후, 정훈씨가 어렵사리 휠체어로 방문을 나가려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관리자가 뛰어와 그를 막았다. 어떤 관리자는 ‘(부원장 때문에) 어쩔수 없다’라면서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볕 쬐일 기회를 4년간 빼앗은 곳, 석암베데스다요양원(아래 석암 요양원)이었다.폭행, 감금… 장애인 가둬둔 시절

▲ 신정훈씨 지원주택 정훈씨 집에는 휠체어를 고려해 현관부터 문턱이 없다. 응급안전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 신나리
▲ 신정훈씨 활동 최근 신정훈씨는 서울시 공공근로를 통해 장애인 권익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 신나리

장애인을 가둬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시설에 있던 장애인에게 폭행,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의 신체적 학대를 해 문제가 된 곳도 많다.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어 외부와의 소통이 차단되고, 괴로워도 괴롭다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석암 요양원도 그중 한 곳이었다.

시설에서 인권착취를 당한 건 정훈씨 뿐만이 아니었다. 120여 명, 석암 요양원에 있던 이들은 폭력적인 상황에 매일매일 노출됐다. 결국 2009년 6월 4일, 8명의 장애인이 ‘우리도 사람이다’를 외쳤다.

이들은 석암 요양원에서 발생한 비리와 인권침해 사실을 알리며 마로니에 공원에서 ‘탈시설-자립생활’을 요구하는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의 초석을 만든 이들은 이후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렸다. 62일의 농성은 서울시의 정책을 이끌어냈다. 서울시는 2009년 6월 ▲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운영 ▲ 장애인 자립생활체험홈 운영 ▲ 장애인 자립생활가정 운영 ▲ 탈시설정착금 지원 등 탈시설 정책을 시행했다.

함께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갔다. 자유를 찾는다고도 했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도 했다. 정훈씨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어요. 휠체어와 내가 한몸인데, 문턱이 높은 일반 집에서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고요. 탈시설한 장애인들 집을 가봤는데, 거기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휠체어 때문에 아파트 화장실 문을 떼어놓은 곳도 있고… 아직 내가 지낼만 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립하지 않았어요.”

석암 요양원에 머물던 장애인들이 꾸준히 탈시설을 했을 때도, 정훈씨는 시설에 남았다. 재단이 바뀐 후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장이 오면, 시설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 원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3년마다 시설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석암 재단 시절보다는 나았다. 남은 삶은 시설에 적응하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장애인 지원주택’을 알게 됐다.

“못 미더웠죠. 이런 걸 왜? 내가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했어요. 20년간 시설에 있다보니 나가는 게 무서웠고, 잘 살 수 있을 자신이 없고요. 2009년 마로니에 8인이 투쟁할 당시 활동했던 활동가가 끈질기게 설득해준 덕분에 ‘그래, 나도 한번 자유롭게 살아보자’ 마음 먹을 수 있었죠.”

정훈씨는 2019년 12월, 20년 머물던 시설을 나왔다. 턱으로 전동 휠체어를 조정하며, 시설 문을 나섰다. 그때까지도 확신이 없었다. 처음 생긴 제도에 희생자가 되는 건지 수혜자가 되는 건지 미덥지 못했다. 장애인 지원주택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시에만 있는 정책으로 2019년 처음 시행됐다. 공공임대주택과 주거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장애인의 탈시설을 돕는 것으로, 시설에서 벗어나 독립생활을 하려는 장애인에게 집을 빌려주고 가사와 건강관리 등 일상생활도 지원하는 식이다.

정훈씨의 집은 현관과 욕실에는 문턱이 없고 안전손잡이와 음성인식 가스차단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집 구석구석이 그의 동선을 고려해 맞춰져 있다. 그가 입주한 2019년 68가구가 마련됐고 2022년까지 총 27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장애인 가운데 소득·재산 조사로 입주자가 선정되고, 보증금과 임대료·관리비는 입주자 부담이다. 입주자는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우리 집에는 문턱이 없어요. 그리고 화장실은 제 몸에 맞춤으로 리모델링 되어 있어요. 요즘에는 서울시에서 하는 공공일자리 권리옹호파트에서 일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기 권리에 대해 말하는 일이에요. 이게 사람같은 삶 아닙니까.”

탈시설 9개월차이자 지원주택에 거주한 지 9개월이 된 정훈씨는 “남은 삶이 지금처럼만 흘러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매일 자유롭게 먹고, 일하고, 종종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일상에 대한 만족인 셈이다. 그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땅끝마을부터 전국을 여행할 것”이라며 “요즘 매일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과 통화하며, 지원주택에 대해 설명한다”라고 말했다. 시설이 아닌 시설 밖의 삶이 있다는 걸, 그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요, 한 곳에 갇혀있으면 그곳이 전부인 줄 알아요. 내가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냥 두렵고 무서워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탈시설에 또 다른 삶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장애인이 시설 밖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최혜영 의원 “올해 탈시설 지원법안 대표발의”

▲ 전장연 탈시설   23일 금요일, 오후5시~오후8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11년 전, 마로니에 8인이 탈 시설을 외쳤던 곳에서 여전히 탈 시설을 호소한다.
ⓒ 전장연

정훈씨의 바람처럼 모든 장애인이 시설을 나서려면 필요한 게 있다. 탈시설을 명명한 법률이다. 현재 장애인의 ‘탈시설’을 명시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 자립생활의 지원에 관한 장애인복지법 제4장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시책을 강구할 의무만 규정하고 있다. 탈시설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는 매년 공모 방식으로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고, 동료상담, 활동지원 서비스 중개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 센터가 탈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나 예산 지원은 없다. 

이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시설이 명시된 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게 최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구든 시설에 갇혀있으면 안 된다, 탈시설은 장애인의 권리”라며 “정부에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말할 때, 탈시설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탈시설 지원법안을 준비중이며, 장애인 주거 뿐 아니라 활동지원까지 포함할 것”이라면서 “올해 안에 탈시설 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 역시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23일 금요일, 오후 5~8시,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11년 전, 마로니에 8인이 탈 시설을 외쳤던 곳에서 여전히 탈 시설을 호소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 등 10곳이 주관해 ‘장애인은 계속 갇혀 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가 일상화되며, 개인의 활동이 위축되는 시기에 갇혀 있는 장애인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다.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지인으로 친구로, 배제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삶을 꿈꾸고 싶다는 호소가 이날,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퍼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 후원 문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02-739-1420, 국민은행 009901-04-01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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